4월, 2026의 게시물 표시

교토 여행 (기요미즈데라, 후시미이나리, 니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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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교토에 가기 전까지 "그냥 오래된 건물 몇 개 보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요미즈데라, 후시미이나리, 니조성 이름은 들어봤지만 막연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실제 경험 사이에 꽤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특히 건축 구조나 역사적 맥락을 조금만 알고 가면 보이는 게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요미즈데라: 못 한 개 없이 버티는 건물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기요미즈데라는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재된 곳입니다. 세계문화유산이란 인류 전체가 보호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장소를 뜻합니다. 교토에 세계문화유산이 여럿 있지만, 기요미즈데라는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기요미즈데라 하면 '무대(舞台)'가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 정도는 알고 갔는데, 실제로 보니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기요미즈노 부타이(淸水の舞台)'란 본당 앞에 튀어나온 목조 테라스 구조물로, 가파른 산비탈 위에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쉽게 말해, 쇠못 한 개 없이 나무와 나무를 끼워 맞춰 수백 년째 버티고 있다는 뜻입니다. 무대를 떠받치는 느티나무 기둥이 139개에 달하는데,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그 정교함에 입이 벌어집니다. 경내에는 무대 외에도 국보인 산주노토(三重塔), 즉 3층 탑을 비롯해 석가당, 아미타당, 오쿠노인 등 수많은 건물이 있습니다. 오토와 폭포(音羽の瀑布)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오토와 폭포란 기요미즈데라 이름의 유래가 된 세 줄기 물로, '물이 맑음'이라는 뜻의 '기요미즈(淸水)'가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세 줄기는 각각 학업, 연애, 장수를 상징한다고 해서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물을 마십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대기 줄이 꽤 길었습니다. 기요미즈데라로 가는 거리도 기억에 남습니다. 음식점,...

말라카 여행 (네덜란드광장, 세인트폴교회, 산티아고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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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식민지 역사를 보러 굳이 유럽까지 가야 할까요? 말레이시아 서해안에 자리한 말라카(Melaka)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이 차례로 지배하며 남긴 400년치 흔적이 한 도시에 압축된 곳입니다.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재된 이 도시를 직접 걸어보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밀도 높은 여행지였습니다. 네덜란드광장: 유럽 감성이 동남아에 착륙한 현장 일반적으로 네덜란드광장은 "사진 찍기 좋은 포토스폿"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가보니 그것만으로는 반도 표현이 안 됩니다. 광장 전체가 살아있는 건축 교과서였습니다. 광장을 둘러싼 붉은 건물들은 식민지 건축 양식(Colonial Architecture)의 전형입니다. 식민지 건축 양식이란 유럽 열강이 점령지에 자국 건축 문법을 이식한 형태로, 현지 기후와 재료를 반영하면서도 본국의 미학을 고집한 것이 특징입니다. 스테이스(Stadthuys)는 그 대표 사례로, 1650년대에 지어진 아시아 최고(最古)의 네덜란드 건축물입니다. 지금은 역사 민족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Christ Church)는 1753년 완공된 개신교 교회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붉은 외벽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동남아 한복판에서 유럽 소도시에 온 것 같은 이질감이 꽤나 강렬했습니다. 광장 중앙에는 빅토리아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 분수와 'I LOVE MELAKA' 조형물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밤에는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치장한 트라이쇼(Trishaw, 자전거 인력거)가 광장을 돌아다니며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두 번 가야 제값을 하는 곳입니다. 세인트폴교회: 언덕을 오르면 역사가 펼쳐집니다 세인트폴교회(St. Paul's Church)에 대해 많은 여행 후기가 ...

오사카 여행 (오사카성, 우메다 공중정원, 유니버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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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오사카 첫 여행 때 동선 짜는 걸 너무 가볍게 봤습니다. 유명하다는 곳 리스트만 뽑아서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체력은 체력대로 쓰고, 정작 제대로 즐긴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두 번째 여행을 준비하면서야 오사카성, 우메다 공중정원, 유니버설스튜디오 각각의 특성에 맞는 방문 전략이 따로 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때부터 여행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사카성, 역사를 알고 가면 두 배로 보인다 오사카성은 그냥 크고 오래된 성이라고 생각하고 갔다가 제가 꽤 당황했던 곳입니다. 1583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축성을 시작한 이 성은 일본 전국시대를 사실상 통일한 인물의 권력을 상징하는 건축물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란 하층 신분 출신에서 일본의 최고 권력자 자리까지 오른 인물로, 일본 역사에서 '일본의 나폴레옹'이라 불릴 만큼 극적인 생애를 살았습니다. 현재 우리가 보는 성곽은 1931년에 마지막으로 재건된 것입니다. 임진왜란, 오사카 전투 등 수백 년에 걸친 전란 속에서 불타고 무너지기를 반복한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성벽 석축에 사용된 노기리(野切) 공법, 즉 자연석을 큰 가공 없이 쌓아올리는 전통 석성 축조 방식의 흔적을 가까이서 보면 그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배경을 모르고 갔을 때는 그냥 "사진 찍기 좋은 성"으로만 봤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오사카성 관람을 더 풍성하게 즐기고 싶다면 고자부네(御座船) 뱃놀이를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고자부네란 에도시대 귀족들이 탔던 전통 목선을 재현한 유람선으로, 해자(垓字), 즉 성을 둘러싼 물길 위를 유유히 돌면서 성곽 전체의 윤곽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뱃사공이 역사 해설을 함께 해주는 방식이라 이동하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웨이팅이 꽤 있는 편이니 성 구경보다 뱃놀이를 먼저 예약해 두고 그 사이 성을 둘러보는 순서를 추천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오사카 주유패스(大阪...

발리 동부 투어 (렘푸양, 티르타 강가, 따만 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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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발리 동부 투어를 그냥 '사진 찍으러 가는 코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녀오니 각 관광지마다 역사적 배경이 뚜렷하고, 사진 퀄리티도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게 나와서 꽤 놀랐습니다. 렘푸양 사원부터 티르타 강가, 따만 우중까지 하루 동선이 생각보다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렘푸양 사원: '천국의 문'보다 제가 선택한 히든 스팟 렘푸양(Lempuyang) 사원은 발리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 중 하나로, 해발 600m 높이의 렘푸양 산 정상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힌두교에서 사원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신이 강림하는 성소(聖所), 즉 신성한 공간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이 사원은 총 1,700여 개의 계단과 외부 성소, 내부 성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구역마다 힌두교 수호신 조각상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포인트는 '천국의 문(Gate of Heaven)'이라 불리는 대칭형 분리 구조물입니다. 이 구조물은 짠디 브난타르(Candi Bentar)라고 불리는데, 짠디 브난타르란 발리 힌두 건축에서 입구를 좌우 대칭으로 갈라놓은 문 형태를 뜻합니다. 그 사이로 아궁(Agung) 산이 정면에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어, 문 안에서 찍은 사진에 아궁 산의 실루엣이 그대로 담깁니다. 전문 사진사가 거울 반사 효과를 활용해 촬영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곳에서 가이드의 추천을 받아 '히든 뷰 렘푸양(Hidden View Lempuyang)'이라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라항안 스위트(Langhan Suite)가 흔히 알려진 뷰 스팟이지만, 가이드가 동선상 더 편한 이곳을 추천해줬고 실제로 렘푸양 사원에서 위쪽으로 계속 걸어 올라가면 바로 연결되는 구조라 동선 낭비가 없었습니다. 포토존마다 전담 사진 기사가 배치되어 있었고, 일부 구역에서는 발리 스윙(Bali Swing)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발리 스윙이란 나무나 구조물에 달린 그네를 타고 절...

발리 바투르산 지프 투어 (일출, 블랙라바, 킨타마니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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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에 일어나 지프차에 몸을 싣는 여행이 있습니다. 발리 바투르산 지프 투어 이야기입니다. 해발 1,200m 산꼭대기에서 200대가 넘는 지프차들이 일출을 기다리는 장면, 실제로 보면 말이 나오질 않습니다. 저도 처음엔 '새벽에 굳이?'라고 생각했는데, 올라가고 나서는 그 생각이 싹 바뀌었습니다. 일출 명소 바투르산, 팩트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바투르산(Mount Batur)은 발리 북동부 킨타마니(Kintamani) 고원 지대에 위치한 활화산입니다. 해발고도는 약 1,717m이지만 지프 투어로 오르는 일출 포인트는 산 중턱인 약 1,200m 부근입니다. 활화산(Active Volcano)이란 현재도 화산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화산을 뜻하는데, 바투르산은 1994년 이후에도 소규모 분화 기록이 있을 만큼 지질학적으로 살아있는 화산입니다. 실제로 주변 지형을 보면 검게 굳은 용암 지대가 곳곳에 남아 있어, 그냥 산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릅니다. 투어는 보통 현지 드라이버 겸 가이드가 새벽 2시에 숙소로 픽업을 옵니다. 약 2시간 반을 달려 일출 포인트에 도착하면 이미 수백 대의 지프차가 대기 중입니다. 제가 갔을 때도 200대는 족히 넘어 보였고, 한국인 관광객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모습에 괜히 '코리아 파이팅'을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국인들의 여행 열정은 정말 대단합니다. 발리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킨타마니 지역의 지프 투어 산업은 현지 마을 경제의 핵심 수입원으로, 마을 주민 상당수가 드라이버나 투어 운영자로 종사하고 있습니다. 마을 전체가 지프 투어 하나로 돌아가는 구조인 셈인데, 저는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관광지를 만들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지역 자원인 화산 지형과 일출을 콘텐츠로 삼아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니까요. ( 출처: Indonesia Tourism Official ) 일출 감상인가, 인생 사진 촬영인가 솔직히 말하면, 바투르산 투어의 본질은 일출 감상보다 인생 사...

치앙마이 여행 (거점지역, 올드타운, 재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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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치앙마이 여행을 준비할 때 저를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디에 묵을 것인가.' 관광지 정보야 검색하면 넘쳐나는데, 막상 거점 지역을 고르는 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였습니다. 님만해민, 올드 시티, 핑 강 주변 세 지역 각각의 성격이 달라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온도 자체가 달라집니다. 거점지역 선택, 정답이 있을까요 님만해민을 두고 "치앙마이의 가로수길"이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 비유가 꽤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야 몰(Maya Mall), 원님만(One Nimman) 같은 대형 복합 쇼핑몰이 집약된 지역으로, 현대적인 인프라를 원하는 여행자에게는 최적의 선택지입니다. 실제로 고급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장기 체류자를 위한 호텔식 서비스를 갖춘 콘도 형태의 숙소가 이 일대에 집중되어 있어서,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여행자라면 고민 없이 이쪽을 잡으면 됩니다. 단,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 가지 예상 밖의 점이 있었습니다. 치앙마이 국제공항(CNX)이 생각보다 가까워서 항공기 소음이 꽤 들린다는 것입니다. 듣다 보면 적응이 되긴 하지만, 소음 민감도가 높은 분이라면 이 점을 미리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반면 핑 강(Ping River) 주변 지역은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리버사이드 리조트(riverside resort)강변에 위치한 수영장·스파 시설을 갖춘 숙박 형태가 많고, 나이트 바자(Night Bazaar)나 플로엔 루디 나이트 마켓처럼 밤늦게까지 운영되는 마켓이 도보권에 있습니다. 먹고 쉬는 것 자체에 집중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지역입니다. 다만 이 지역을 선택하는 여행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숙소 옵션 자체가 님만해민이나 올드 시티보다 좁습니다. 세 지역을 직접 돌아다녀본 제 기준에서는 처음 치앙마이를 방문하는 분이라면 올드 시티 쪽을 강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현지인과 여행자가 뒤섞인 일상의 풍경, 가격 ...

람빵 여행 (기차, 시내탐방, 마차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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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앙마이에서 기차로 딱 두 시간, 50바트(약 1,800원)면 닿는 도시가 있다는 걸 알고도 한참 망설였습니다. 너무 가깝다 보니 "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람빵은 그 의심을 제대로 뒤집어버렸습니다. 마차가 실제 교통수단으로 쓰이고, 금요일 밤이면 골목 전체가 야시장으로 변하는 도시였습니다. 치앙마이에서 람빵까지, 50바트짜리 기차 이야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50바트면 한국 돈으로 채 2,000원도 안 되는데, 에어컨이 달린 좌석에 앉아 2시간 가까이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태국 기차는 차량 컨디션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구조인데, 이른바 2등석(Second Class)이라 불리는 에어컨 칸 기준으로도 이 정도 가격이면 가성비 측면에서는 거의 따질 게 없었습니다. 출발 30분 전쯤 플랫폼에 나가 기차 내부를 미리 둘러봤는데, 생각보다 여유롭고 한산했습니다. 좌석도 딱딱하지 않아 2시간 정도의 이동에는 충분했고요. 실제로 1시간 50분 만에 람빵역에 도착했습니다. 방콕-치앙마이 구간을 잇는 철도가 모두 람빵을 경유한다는 점에서, 이 도시가 태국 북부 철도 교통의 허브(Hub) 역할을 한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허브란 교통이나 물류에서 여러 노선이 집중되는 중심 거점을 뜻합니다. 람빵역에 내리자마자 썽태우(Songthaew)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썽태우란 픽업트럭 짐칸에 좌석을 얹은 태국 고유의 대중교통 수단으로, 우리나라의 마을버스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그랩 앱으로 확인하니 목적지까지 80바트였는데, 역 앞에 있던 기사님이 40바트를 부르셔서 그냥 탔습니다. 앞자리에 타는 건 처음이었는데, 덕분에 람빵 시내 풍경을 눈앞에서 온전히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람빵 시내 탐방: 박물관, 왓 프라 깨우 돈따오 첫 번째 목적지는 람빵 박물관이었습니다. 구글 리뷰에서 꽤 언급이 많았고, 무엇보다 입장료가 무료였습니다. 람빵이 도자기(Ceramics) 산지로 유명하다는 걸 이곳에서 처음 제대로 알았습...

파타야 여행 (농눅빌리지, 꼬란섬, 썽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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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타야가 유흥의 도시라고만 알고 있다면, 절반만 아는 겁니다. 직접 겪어보니 낮의 파타야는 생각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방콕에서 차로 두 시간이면 닿는 이 해변 도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열대 정원부터 에메랄드빛 섬까지, 하루하루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시아 최대 정원, 농눅빌리지에서 보낸 오전 농눅빌리지의 시작은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농눅 탄차나 부인이 해외여행 중 아름다운 정원을 보고 영감을 받아 남편과 함께 땅을 매입, 처음에는 과일 농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열대 정원과 각종 관광 시설을 하나씩 더해가면서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아시아 최대의 정원 관광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는 아들 깜폰이 운영을 맡고 있으며, 하루 평균 3,500명 이상이 방문하는 명소입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규모에 먼저 압도됩니다. 광대한 부지에 수천 종의 열대식물이 심어져 있고, 구역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서 걷다 보면 사진 찍을 곳이 끝도 없습니다. 다만 그 넓이가 발목을 잡습니다. 걸어서 다 보려다가는 공연 시간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셔틀버스(shuttle bus)를 적극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셔틀버스란 넓은 부지 내에서 주요 포인트를 순환하며 운행하는 무료 또는 유료 이동 수단을 말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걷겠다고 버텼다가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서야 셔틀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공연 스케줄도 미리 체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민속 쇼(Thai Cultural Show)와 코끼리 쇼가 합쳐진 약 60분짜리 공연이 하루 네 번 열립니다. 10:30, 11:30, 13:30, 15:30이 기준이지만 현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당일 현장에서 재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 경험상 오전 일찍 입장해서 정원을 먼저 둘러보고 11시 30분 공연을 보는 루트가 가장 효율적이었습니다. 오후로 갈수록 기온이 올라가 체력 소모가 심해지거든요. 파타야의 한낮 기온은 종종 35도를 넘기 때문에, 오...

아유타야 1일 투어 (왓 마하탓, 왓 프라시산펫, 왓 야이 차이 몽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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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유타야(Ayutthaya)는 1351년부터 1767년까지 무려 400년 이상 태국을 지배한 왕국의 수도였습니다.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 80km, 차로 두 시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인데, 막상 도착하면 그 시간 차이가 수백 년처럼 느껴집니다. 직접 겪어보니,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유적지의 느낌과는 꽤 달랐습니다. 훼손된 불상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은 화려함보다는 묵직한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왓 마하탓, 나무가 불상의 머리를 안은 곳 아유타야 1일 투어는 보통 숙소 픽업으로 시작됩니다. 저는 숙소에서 아침 일찍 픽업된 뒤, 왓 로까야수타(Wat Lokayasutharam)를 첫 번째 코스로 들렀습니다. 길이 42m에 달하는 거대한 와불상(臥佛像), 즉 누운 자세의 부처님 석상이 야외에 그대로 놓여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아, 여기가 보통 곳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 다음 이동한 왓 마하탓(Wat Mahathat)은 아유타야를 대표하는 유적지로, 원래 부처님의 사리(舍利), 즉 부처님의 유골이나 유품을 모시기 위해 건립된 왕실 사원입니다. 14~15세기에 지어진 이 사원은 1767년 버마군의 침략으로 대부분 파괴되었고, 지금은 머리가 잘려나간 불상들이 유적지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 잘린 머리 중 하나가 보리수나무 뿌리 사이에 감긴 채 수백 년을 버텨온 모습이 이 사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그 앞에 섰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나무가 불상 머리를 침범한 건지, 감싸 안은 건지 모를 그 형태가 어딘가 슬프면서도 묘하게 아름다웠습니다. 전쟁의 파괴와 자연의 시간이 겹쳐진 장면이라고 하면 좋을까요. 머리 없는 불상들이 죽 늘어선 유적지를 걸으면서, 이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전쟁의 흔적이라는 게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왓 마하탓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불상 머리 앞에서 촬영할 때 본인의 머리가 부처님 머리보다 높으면 안 됩니다. 때문에 서서 찍는 것은 불가능하고, 정면으로 앉아서 찍...

양양 여행 (서피비치, 낙산사, 휴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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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휴가지를 찾다가 "서핑도 하고 절도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어 검색을 시작한 적 있으신가요? 저도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이국적인 해변과 천년 고찰이 한 지역에 공존한다는 게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직접 다녀오니 오히려 그 조합이 양양만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서피비치의 이국적 분위기, 낙산사의 고즈넉함, 그리고 황어 떼로 유명한 휴휴암까지  한 번 다녀오면 다시 찾게 되는 이유가 생깁니다. 서피비치: 야자수 아래서 파도를 기다리다 서퍼들 사이에서 양양이 '서핑의 성지'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혹시 서핑을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분들은 "그냥 파도 타는 거 아니야?" 하실 수 있는데, 서핑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파도의 질, 즉 파고(波高)와 파형(波形)입니다. 파고란 파도의 높이를 뜻하고, 파형은 파도가 부서지는 모양을 말합니다. 양양 앞바다는 이 두 조건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해역으로 알려져 있어, 입문자부터 중급자까지 즐기기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서피비치(Surfyy Beach)는 그런 양양 서핑 문화의 중심지 같은 공간입니다. 제가 직접 가봤는데, 솔직히 생각보다 훨씬 잘 꾸며져 있어서 놀랐습니다. 야자수가 줄지어 서 있고, 군데군데 감각적으로 만들어진 포토스팟(photo spot)이 있어서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포토스팟이란 사진을 찍었을 때 배경이 특히 예쁘게 나오도록 조성된 구역을 뜻합니다. 솔직히 발리나 동남아 리조트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분위기였습니다. 그 분위기를 더 완성시켜준 게 하나 있었는데, 해변 바로 옆 가게의 마스코트 강아지였습니다. 이건 저만 쓸 수 있는 기억인데  그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습니다. 가게 자체도 낡지 않고 분위기가 살아있어서, 커피 한 잔 들고 서핑보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서핑을 하지 않더라도 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여행지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안동 여행 (예끼마을, 월영교, 낙강물길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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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을 처음 계획할 때 하회마을과 도산서원만 보고 올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제가 놓칠 뻔했던 곳들이 진짜 기억에 남더군요. 예끼마을, 월영교, 낙강물길공원. 이 세 곳을 중심으로 어떻게 돌아야 후회가 없는지, 직접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예끼마을 — 쇠락한 마을이 예술로 살아난 이야기 예끼마을은 겉으로 보면 그냥 작은 벽화 골목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을의 역사를 알고 나서 걷는 골목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마을은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인해 수몰(水沒)된 예안마을 이주민들이 정착한 곳입니다. 수몰이란 댐이나 저수지 공사로 인해 마을이나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안마을은 안동에서 가장 상권이 발달했던 곳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물속으로 가라앉고 주민들은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면서 마을은 조용히 쇠락해갔습니다. 전환점은 2015년이었습니다. 유명 아트디렉터(Art Director) 한젬마와의 인연으로 '도산 서부리 예술마을 조성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아트디렉터란 시각적 콘텐츠의 전반적인 방향과 스타일을 기획·지휘하는 전문가를 뜻합니다. 이 사업을 통해 마을 담장에 그림이 그려지고, 낡은 간판들이 개성 있게 교체되었습니다. 과거 관아 건물이었던 선성현(宣城縣)은 한옥 갤러리 근민당으로, 마을회관은 작가들의 화실로, 우체국은 공방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제가 직접 골목을 걸어보니, 단순한 벽화 마을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조형물 하나하나에 맥락이 있고, 간판 글씨체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습니다. 트릭아트(Trick Art) 앞에서 사진을 찍는 재미도 있었고, 한옥 숙소에서 하룻밤 묵는 체험도 가능합니다. 트릭아트란 원근법이나 착시를 이용해 2D 그림이 3D처럼 보이게 하는 시각 예술 기법입니다. 골목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간판 하나, 조형물 하나 찬찬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마을의 내력을 알고 걸으면 벽의 그림 한 ...

다낭 여행(한시장, 바나힐,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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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다낭을 계획할 때는 그냥 동남아 해변 여행지 중 하나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왜 사람들이 "다낭은 한 번만 가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지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15분도 안 걸리고, 한국어가 통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아서 첫 해외여행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도시입니다. 한시장에서 시작하는 다낭 첫날, 생각보다 전략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한시장(Han Market)은 그냥 가서 구경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타이밍이 전부라고 봅니다. 오전 시간대, 그러니까 문을 여는 시점에 맞춰 들어가면 상인들도 여유롭고 흥정도 훨씬 잘 됩니다. 한낮에 들어가면 좁은 통로에 사람이 가득 차서 제대로 구경하기도 힘들었습니다. 한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단연 아오자이(Áo dài)입니다. 아오자이란 베트남 전통 의상으로, 몸에 딱 맞는 긴 튜닉 상의와 통 넓은 바지로 구성된 국민 복장입니다. 기성복 구매와 맞춤 제작(Custom Tailoring) 두 가지 방식이 모두 가능한데, 맞춤 제작이란 원단과 디자인을 직접 고르고 치수를 재서 만드는 방식을 뜻합니다.  한시장 쇼핑을 마쳤다면 도보 5분 거리의 핑크 성당(Da Nang Cathedral)으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공식 명칭은 다낭 대성당으로, 1923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건축된 고딕 양식(Gothic Style) 건물입니다. 고딕 양식이란 중세 유럽에서 발전한 건축 방식으로, 뾰족한 첨탑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입니다. 외벽 전체가 파스텔 핑크로 칠해져 있어 사진 배경으로는 최고인데, 개방 시간이 오전 8시에서 11시 30분, 오후 1시 30분에서 4시 30분으로 정해져 있고 일요일 미사 시간에는 관광객 입장이 제한됩니다. 제가 직접 가봤을 때 이 시간을 모르고 갔다가 닫혀 있어서 헛걸음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정을 짤 때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약국 쇼핑도 이 날 동선에 함께 넣으면 좋습니다. 한국에서 ...

호치민 여행 (숙소 추천, 관광지,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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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치민은 인구 약 950만 명, 서울 면적의 3배가 넘는 베트남 최대 경제 도시입니다. 처음 이 도시에 발을 디뎠을 때, 오토바이가 물결처럼 쏟아지는 교차로를 보고 그냥 멍하니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낯설지만 강렬하고, 시끄럽지만 활기가 넘쳤습니다. 그 첫인상 그대로, 호치민은 계속 머릿속에 남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숙소 추천: 어느 군에 묵을지가 여행의 반을 결정합니다 호치민을 처음 여행하는 분이라면 아마 숙소 위치부터 고민하게 될 겁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선택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습니다. 호치민은 24개의 군(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군이란 우리나라의 구(區)에 해당하는 행정 단위로 지역마다 분위기와 인프라가 완전히 다릅니다. 제가 첫 번째 호치민 여행 때 선택한 곳은 1군이었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 중앙우체국, 통일궁, 벤탄 시장 같은 주요 관광지가 걸어서 이동 가능한 거리에 몰려 있어서, 이동 시간에 체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베트남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아직 완전하지 않아서 주로 그랩(Grab), 즉 동남아시아형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 1군이나 3군에 묵으면 이 이동 비용 자체가 크게 줄어듭니다. 단기 여행자에게 제가 추천하는 숙소 지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군 & 3군: 관광지 밀집 지역. 호텔, 레스토랑, 카페가 몰려 있어 처음 방문하는 분께 가장 편리합니다. 2군 타오디엔(Thao Dien): 호치민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지역으로, 세련된 카페와 브런치 레스토랑이 많고 서양인 거주 비율이 높아 다른 분위기를 원하는 분께 추천합니다. 7군 푸미흥(Phu My Hung): 한인 타운이 형성된 지역으로, 롯데마트도 있어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가기 좋습니다. 해외에 온 느낌보다 한국스러운 편안함을 원하시거나, 현지에 거주 중인 한인 분들께 꿀팁 정보를 얻고 싶으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빈탄군(Binh Thanh): 랜드마크 81(Landmark 81)이 있는 지역으로, 베...

달랏 여행 (명소탐방, 액티비티, 달랏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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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1,500m 고원지대에 자리한 달랏의 연평균 기온은 약 18도입니다. 베트남인데 선선하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진짜였습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땀을 뻘뻘 흘리는 여행이 아니라, 가벼운 겉옷 하나 걸치고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는 여행이 가능한 곳이 바로 달랏입니다. 달랏 명소탐방: 동화 속 같은 풍경과 고딕 건축의 묘한 조합 달랏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동선을 짠 곳이 랑비앙산이었습니다. 해발 2,167m에 위치한 전망대(Viewpoint)란 단순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공간이 아니라, 사방을 막힘 없이 조망할 수 있는 360도 파노라마 뷰 포인트를 뜻합니다. 정상 주변에 나무 그네와 동물 조형물이 곳곳에 있어서 사진 찍기에도 좋았고, 랑비앙산에 얽힌 전설도 베트남판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애틋해서 괜히 감성이 차오르더라고요. 크레이지 하우스(Crazy House)는 베트남의 가우디라 불리는 건축가 당 비엣 응아가 설계한 건물입니다. 유기적 건축(Organic Architecture)이란 자연의 형태를 모티프로 삼아 직선보다 곡선과 불규칙한 구조를 강조하는 건축 양식을 말합니다. 밖에서 볼 때는 생각보다 작아 보여서 '이게 다야?' 싶었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방향감각을 잃기 딱 좋습니다. 제가 직접 돌아다녀 봤는데, 좁고 높은 난간을 지나야 다음 공간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여럿 있었습니다. 고소공포증(高所恐怖症)이 있는 분이라면 이 부분에서 살짝 다리가 풀릴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달랏 대성당은 고딕 양식(Gothic Style)의 건축물입니다. 고딕 양식이란 중세 유럽에서 발전한 건축 형식으로, 높이 솟은 첨탑과 십자가형 구조, 아치 창문이 특징입니다. 현지인들의 웨딩 촬영지로 인기가 높을 만큼 분위기가 근사한데, 성당 내부는 미사 시간 외에는 개방하지 않아 안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고지에 자리한 덕분...

하노이 여행 준비 (경비 준비, 시내 이동,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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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는 서울에서 비행기로 5시간이면 닿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도시입니다. 처음 갔을 때 이 거리에 이 물가라니 싶어서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경비 준비부터 시내 이동, 먹는 것까지 모르면 손해 보는 포인트들이 꽤 있어서, 제가 직접 겪어보며 쌓은 것들을 그대로 풀어보겠습니다. 경비 준비: 트래블카드 하나로는 부족한 이유 하노이 여행에서 경비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원화를 들고 갈지, 달러를 바꿔 갈지, 아니면 트래블카드만 챙길지 저도 첫 하노이행 전에 꽤 고민했습니다. 직접 써보니 결론은 하나만 믿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현지 ATM이 생각보다 촘촘하게 깔려 있어서 트래블카드로 베트남 동(VND, Vietnamese Dong — 베트남의 법정 화폐 단위)을 인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특히 트래블로그 유니온페이(UnionPay)는 노이바이 공항이나 올드 쿼터 ATM에서 수수료 없이 인출이 가능해서 제가 가장 많이 쓴 수단이었습니다. 유니온페이란 중국 은련망을 기반으로 한 국제 결제 네트워크로,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비자·마스터카드보다 ATM 수수료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ATM이 카드를 삼킬 때입니다. 제 일행 중 한 명이 실제로 ATM에 카드가 걸린 적이 있었는데, 직원과 연결해서 처리하면 당일 회수는 어렵고 며칠 내로는 찾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정이 빡빡하다면 그냥 못 찾고 오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서, 트래블카드를 최소 두 장 챙기는 걸 진심으로 권합니다. 하나은행 비자 또는 마스터카드는 당일 발급이 가능하니 출국 전날이라도 만들어두면 안심이 됩니다. 현지 환전이 필요하다면 원화는 5만 원권, 달러는 100달러 신권으로 준비하는 게 맞습니다. 환전(換錢, Currency Exchange)이란 자국 화폐를 현지 화폐로 교환하는 행위인데, 훼손된 지폐는 현지 환전소에서 불리한 레이트를 적용하거나 아예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올드 쿼터에 있는 Quang Huy Gemst...

경주 여행 (황리단길, 동궁과월지, 박물관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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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는 수학여행 이후로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도시였습니다. 고분이며 석탑이며, 어릴 때는 그냥 돌덩이로 보였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경주는 완전히 다른 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황리단길부터 동궁과 월지 야경까지, 역사와 감성이 이렇게 잘 맞물리는 도시가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황리단길, 관광지와 일상이 붙어 있다는 것 황리단길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건 이미 몇 년 전 일이지만, 직접 걷고 나니 왜 아직도 사람들이 몰리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이 거리의 가장 큰 장점은 위치입니다. 대릉원(大陵苑), 즉 신라 왕과 귀족들의 무덤이 집단으로 조성된 고분군 바로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어서, 왕릉을 보고 나와 바로 카페 테라스에 앉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게 생각보다 훨씬 편리했습니다. 걷다 보면 독립 서점, 공방, 한옥을 개조한 숙소들이 섞여 있는데, 관광지 냄새가 덜 나는 편입니다. 물론 주말에는 좁은 골목에 사람이 넘쳐나서 여유롭게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가보니 평일 오전에 방문하면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첨성대도 황남동 고분군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라 황리단길을 거점으로 잡으면 주요 명소를 걸어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대릉원 내부에는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이라는 구조의 무덤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적석목곽분이란 나무 관을 안에 두고 그 위에 돌을 쌓은 뒤 흙으로 덮는 신라 특유의 묘제 방식을 뜻합니다. 덕분에 도굴이 어려워 내부 유물이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된 경우가 많습니다. 천마총(天馬塚)은 이 구조를 내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왕릉 안으로 실제로 들어가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궁과 월지, 낮이냐 밤이냐 굳이 고르라면 동궁과 월지는 과거 안압지(雁鴨池)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곳입니다. 안압지라는 명칭은 조선 시대 문헌에서 유래한 것으로, 신라 시대의 기록과 동궁의 실제 기능을 반영해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되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