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동부 투어 (렘푸양, 티르타 강가, 따만 우중)

 

발리 동부 투어

처음엔 발리 동부 투어를 그냥 '사진 찍으러 가는 코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녀오니 각 관광지마다 역사적 배경이 뚜렷하고, 사진 퀄리티도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게 나와서 꽤 놀랐습니다. 렘푸양 사원부터 티르타 강가, 따만 우중까지 하루 동선이 생각보다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렘푸양 사원: '천국의 문'보다 제가 선택한 히든 스팟

렘푸양(Lempuyang) 사원은 발리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 중 하나로, 해발 600m 높이의 렘푸양 산 정상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힌두교에서 사원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신이 강림하는 성소(聖所), 즉 신성한 공간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이 사원은 총 1,700여 개의 계단과 외부 성소, 내부 성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구역마다 힌두교 수호신 조각상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포인트는 '천국의 문(Gate of Heaven)'이라 불리는 대칭형 분리 구조물입니다. 이 구조물은 짠디 브난타르(Candi Bentar)라고 불리는데, 짠디 브난타르란 발리 힌두 건축에서 입구를 좌우 대칭으로 갈라놓은 문 형태를 뜻합니다. 그 사이로 아궁(Agung) 산이 정면에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어, 문 안에서 찍은 사진에 아궁 산의 실루엣이 그대로 담깁니다. 전문 사진사가 거울 반사 효과를 활용해 촬영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곳에서 가이드의 추천을 받아 '히든 뷰 렘푸양(Hidden View Lempuyang)'이라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라항안 스위트(Langhan Suite)가 흔히 알려진 뷰 스팟이지만, 가이드가 동선상 더 편한 이곳을 추천해줬고 실제로 렘푸양 사원에서 위쪽으로 계속 걸어 올라가면 바로 연결되는 구조라 동선 낭비가 없었습니다. 포토존마다 전담 사진 기사가 배치되어 있었고, 일부 구역에서는 발리 스윙(Bali Swing)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발리 스윙이란 나무나 구조물에 달린 그네를 타고 절벽 위 또는 하늘 위로 날아가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인생샷을 찍는 액티비티입니다. 제가 직접 찍힌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을 정도로, 이 전담 기사들의 구도 감각이 프로 수준이었습니다. 줄 서서 기다리는 스트레스 없이 느긋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티르타 강가: 연못 속 잉어 크기에 당황했습니다

티르타 강가(Tirta Gangga)는 1948년에 조성된 수상 정원으로, 카랑가셈(Karangasem) 왕국의 마지막 왕이 직접 설계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름의 뜻 자체가 인도 힌두교 성지인 갠지스 강에서 유래한 성스러운 물을 의미하며, 힌두교에서 물은 단순한 자연 요소가 아니라 정화와 신성함의 상징입니다. 실제로 정원 곳곳에 힌두교 관련 조형물과 석상이 배치되어 있어, 사원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이곳은 1963년 아궁 산의 대규모 화산 폭발로 대부분 파괴되었다가 이후 재건된 역사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연못과 석상들은 복원된 모습이지만, 왕실 정원의 섬세한 설계 의도는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예상 밖으로 놀랐던 건 바로 연못 속 잉어 크기였습니다. 작은 관상어 정도를 상상했는데, 실제로 보니 성인 팔뚝만 한 비단잉어(錦鯉)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비단잉어란 일본에서 개량된 잉어의 원예 품종으로, 화려한 체색과 큰 체구가 특징입니다. 현장에서 물고기 먹이를 소액에 구매해 뿌리면 잉어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이때 찍히는 사진이 꽤 역동적으로 나옵니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돌 징검다리 위에서의 사진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입니다. 물 위에 발을 디디고 서 있는 구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주변 연꽃과 석상이 배경으로 어우러집니다. 티르타 강가 주변을 둘러싼 산책로는 경사가 거의 없고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투어 중간에 잠깐 숨을 고르기에도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발리 동부 일정 중에 제가 체감상 가장 편안하게 걸어다닐 수 있었던 곳입니다.

따만 우중: 왕의 별장이 포토 스팟이 된 이유

따만 우중(Taman Ujung)은 1919년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카랑가셈(Karangasem) 왕조의 왕이 휴양을 위해 지은 수상 궁전(水上宮殿)입니다. 수상 궁전이란 연못이나 호수 위에 세워진 건축물로, 물 위의 반영(反影)까지 의도적으로 설계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발리 전통 건축 양식과 유럽 건축 양식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독특한 구조로, 현지에서 프리 웨딩(pre-wedding)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이곳 역시 1963년 아궁 산 화산 폭발과 1970년대 대지진으로 심각하게 파괴되었다가 2003년 복구 공사를 마치고 일반에 개방되었습니다. 긴 다리를 건너 연못 위 건물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이미 분위기가 남다릅니다. 발리 전통 사원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리스 신전풍 기둥과 아치 구조가 눈에 들어옵니다.

언덕을 따라 수십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궁전 전체 배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 포인트가 나옵니다. 맑은 날에는 그 너머로 푸른 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어 사진 배경으로 쓰기에 아주 좋습니다. 발리 동부 투어 전체를 놓고 보면, 렘푸양이 '압도감', 티르타 강가가 '편안함'이라면, 따만 우중은 '우아함'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공간이었습니다.

발리 동부 투어는 하루 일정으로 세 곳을 모두 돌아볼 수 있을 만큼 동선이 잘 짜여 있습니다. 렘푸양에서 시작해 티르타 강가, 따만 우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럽고, 각 관광지의 분위기가 서로 달라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직접 다녀온 입장에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렘푸양의 경우 유명한 스팟보다 가이드가 추천해주는 히든 스팟을 먼저 물어보는 것이 전략적으로 훨씬 낫습니다. 줄 서는 시간을 아끼고, 사진 퀄리티는 오히려 더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AzBqWa0j6c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말라카 여행 (네덜란드광장, 세인트폴교회, 산티아고요새)

교토 여행 (기요미즈데라, 후시미이나리, 니조성)

하노이 여행 준비 (경비 준비, 시내 이동, 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