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기요미즈데라, 후시미이나리, 니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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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교토에 가기 전까지 "그냥 오래된 건물 몇 개 보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요미즈데라, 후시미이나리, 니조성 이름은 들어봤지만 막연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실제 경험 사이에 꽤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특히 건축 구조나 역사적 맥락을 조금만 알고 가면 보이는 게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요미즈데라: 못 한 개 없이 버티는 건물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기요미즈데라는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재된 곳입니다. 세계문화유산이란 인류 전체가 보호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장소를 뜻합니다. 교토에 세계문화유산이 여럿 있지만, 기요미즈데라는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기요미즈데라 하면 '무대(舞台)'가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 정도는 알고 갔는데, 실제로 보니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기요미즈노 부타이(淸水の舞台)'란 본당 앞에 튀어나온 목조 테라스 구조물로, 가파른 산비탈 위에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쉽게 말해, 쇠못 한 개 없이 나무와 나무를 끼워 맞춰 수백 년째 버티고 있다는 뜻입니다. 무대를 떠받치는 느티나무 기둥이 139개에 달하는데,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그 정교함에 입이 벌어집니다. 경내에는 무대 외에도 국보인 산주노토(三重塔), 즉 3층 탑을 비롯해 석가당, 아미타당, 오쿠노인 등 수많은 건물이 있습니다. 오토와 폭포(音羽の瀑布)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오토와 폭포란 기요미즈데라 이름의 유래가 된 세 줄기 물로, '물이 맑음'이라는 뜻의 '기요미즈(淸水)'가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세 줄기는 각각 학업, 연애, 장수를 상징한다고 해서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물을 마십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대기 줄이 꽤 길었습니다. 기요미즈데라로 가는 거리도 기억에 남습니다. 음식점,...

말라카 여행 (네덜란드광장, 세인트폴교회, 산티아고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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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식민지 역사를 보러 굳이 유럽까지 가야 할까요? 말레이시아 서해안에 자리한 말라카(Melaka)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이 차례로 지배하며 남긴 400년치 흔적이 한 도시에 압축된 곳입니다.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재된 이 도시를 직접 걸어보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밀도 높은 여행지였습니다. 네덜란드광장: 유럽 감성이 동남아에 착륙한 현장 일반적으로 네덜란드광장은 "사진 찍기 좋은 포토스폿"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가보니 그것만으로는 반도 표현이 안 됩니다. 광장 전체가 살아있는 건축 교과서였습니다. 광장을 둘러싼 붉은 건물들은 식민지 건축 양식(Colonial Architecture)의 전형입니다. 식민지 건축 양식이란 유럽 열강이 점령지에 자국 건축 문법을 이식한 형태로, 현지 기후와 재료를 반영하면서도 본국의 미학을 고집한 것이 특징입니다. 스테이스(Stadthuys)는 그 대표 사례로, 1650년대에 지어진 아시아 최고(最古)의 네덜란드 건축물입니다. 지금은 역사 민족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Christ Church)는 1753년 완공된 개신교 교회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붉은 외벽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동남아 한복판에서 유럽 소도시에 온 것 같은 이질감이 꽤나 강렬했습니다. 광장 중앙에는 빅토리아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 분수와 'I LOVE MELAKA' 조형물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밤에는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치장한 트라이쇼(Trishaw, 자전거 인력거)가 광장을 돌아다니며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두 번 가야 제값을 하는 곳입니다. 세인트폴교회: 언덕을 오르면 역사가 펼쳐집니다 세인트폴교회(St. Paul's Church)에 대해 많은 여행 후기가 ...

오사카 여행 (오사카성, 우메다 공중정원, 유니버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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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오사카 첫 여행 때 동선 짜는 걸 너무 가볍게 봤습니다. 유명하다는 곳 리스트만 뽑아서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체력은 체력대로 쓰고, 정작 제대로 즐긴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두 번째 여행을 준비하면서야 오사카성, 우메다 공중정원, 유니버설스튜디오 각각의 특성에 맞는 방문 전략이 따로 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때부터 여행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사카성, 역사를 알고 가면 두 배로 보인다 오사카성은 그냥 크고 오래된 성이라고 생각하고 갔다가 제가 꽤 당황했던 곳입니다. 1583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축성을 시작한 이 성은 일본 전국시대를 사실상 통일한 인물의 권력을 상징하는 건축물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란 하층 신분 출신에서 일본의 최고 권력자 자리까지 오른 인물로, 일본 역사에서 '일본의 나폴레옹'이라 불릴 만큼 극적인 생애를 살았습니다. 현재 우리가 보는 성곽은 1931년에 마지막으로 재건된 것입니다. 임진왜란, 오사카 전투 등 수백 년에 걸친 전란 속에서 불타고 무너지기를 반복한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성벽 석축에 사용된 노기리(野切) 공법, 즉 자연석을 큰 가공 없이 쌓아올리는 전통 석성 축조 방식의 흔적을 가까이서 보면 그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배경을 모르고 갔을 때는 그냥 "사진 찍기 좋은 성"으로만 봤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오사카성 관람을 더 풍성하게 즐기고 싶다면 고자부네(御座船) 뱃놀이를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고자부네란 에도시대 귀족들이 탔던 전통 목선을 재현한 유람선으로, 해자(垓字), 즉 성을 둘러싼 물길 위를 유유히 돌면서 성곽 전체의 윤곽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뱃사공이 역사 해설을 함께 해주는 방식이라 이동하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웨이팅이 꽤 있는 편이니 성 구경보다 뱃놀이를 먼저 예약해 두고 그 사이 성을 둘러보는 순서를 추천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오사카 주유패스(大阪...

발리 동부 투어 (렘푸양, 티르타 강가, 따만 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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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발리 동부 투어를 그냥 '사진 찍으러 가는 코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녀오니 각 관광지마다 역사적 배경이 뚜렷하고, 사진 퀄리티도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게 나와서 꽤 놀랐습니다. 렘푸양 사원부터 티르타 강가, 따만 우중까지 하루 동선이 생각보다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렘푸양 사원: '천국의 문'보다 제가 선택한 히든 스팟 렘푸양(Lempuyang) 사원은 발리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 중 하나로, 해발 600m 높이의 렘푸양 산 정상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힌두교에서 사원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신이 강림하는 성소(聖所), 즉 신성한 공간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이 사원은 총 1,700여 개의 계단과 외부 성소, 내부 성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구역마다 힌두교 수호신 조각상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포인트는 '천국의 문(Gate of Heaven)'이라 불리는 대칭형 분리 구조물입니다. 이 구조물은 짠디 브난타르(Candi Bentar)라고 불리는데, 짠디 브난타르란 발리 힌두 건축에서 입구를 좌우 대칭으로 갈라놓은 문 형태를 뜻합니다. 그 사이로 아궁(Agung) 산이 정면에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어, 문 안에서 찍은 사진에 아궁 산의 실루엣이 그대로 담깁니다. 전문 사진사가 거울 반사 효과를 활용해 촬영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곳에서 가이드의 추천을 받아 '히든 뷰 렘푸양(Hidden View Lempuyang)'이라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라항안 스위트(Langhan Suite)가 흔히 알려진 뷰 스팟이지만, 가이드가 동선상 더 편한 이곳을 추천해줬고 실제로 렘푸양 사원에서 위쪽으로 계속 걸어 올라가면 바로 연결되는 구조라 동선 낭비가 없었습니다. 포토존마다 전담 사진 기사가 배치되어 있었고, 일부 구역에서는 발리 스윙(Bali Swing)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발리 스윙이란 나무나 구조물에 달린 그네를 타고 절...

발리 바투르산 지프 투어 (일출, 블랙라바, 킨타마니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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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에 일어나 지프차에 몸을 싣는 여행이 있습니다. 발리 바투르산 지프 투어 이야기입니다. 해발 1,200m 산꼭대기에서 200대가 넘는 지프차들이 일출을 기다리는 장면, 실제로 보면 말이 나오질 않습니다. 저도 처음엔 '새벽에 굳이?'라고 생각했는데, 올라가고 나서는 그 생각이 싹 바뀌었습니다. 일출 명소 바투르산, 팩트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바투르산(Mount Batur)은 발리 북동부 킨타마니(Kintamani) 고원 지대에 위치한 활화산입니다. 해발고도는 약 1,717m이지만 지프 투어로 오르는 일출 포인트는 산 중턱인 약 1,200m 부근입니다. 활화산(Active Volcano)이란 현재도 화산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화산을 뜻하는데, 바투르산은 1994년 이후에도 소규모 분화 기록이 있을 만큼 지질학적으로 살아있는 화산입니다. 실제로 주변 지형을 보면 검게 굳은 용암 지대가 곳곳에 남아 있어, 그냥 산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릅니다. 투어는 보통 현지 드라이버 겸 가이드가 새벽 2시에 숙소로 픽업을 옵니다. 약 2시간 반을 달려 일출 포인트에 도착하면 이미 수백 대의 지프차가 대기 중입니다. 제가 갔을 때도 200대는 족히 넘어 보였고, 한국인 관광객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모습에 괜히 '코리아 파이팅'을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국인들의 여행 열정은 정말 대단합니다. 발리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킨타마니 지역의 지프 투어 산업은 현지 마을 경제의 핵심 수입원으로, 마을 주민 상당수가 드라이버나 투어 운영자로 종사하고 있습니다. 마을 전체가 지프 투어 하나로 돌아가는 구조인 셈인데, 저는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관광지를 만들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지역 자원인 화산 지형과 일출을 콘텐츠로 삼아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니까요. ( 출처: Indonesia Tourism Official ) 일출 감상인가, 인생 사진 촬영인가 솔직히 말하면, 바투르산 투어의 본질은 일출 감상보다 인생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