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 (마리나베이샌즈, 가든스바이더베이, 클라우드포레스트와 플라워돔)

 

싱가포르여행

싱가포르 여행을 앞두고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어김없이 두 곳이 등장합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와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저도 처음 갈 때는 사진만 보고 "그냥 유명한 건물이랑 공원 아니야?"라고 살짝 얕봤습니다. 근데 직접 겪어보니, 그 생각이 얼마나 틀렸는지 두 번의 방문을 거쳐서야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 가까이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이스라엘 출신 건축가 모쉐 샤프디(Moshe Safdie)가 설계하고, 우리나라의 쌍용건설이 시공한 건물입니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괜히 더 반갑게 느껴지는 랜드마크이기도 합니다. 쌍용건설은 이 건물 외에도 래플스 호텔 복원에 참여한 이력이 있어서, 싱가포르 건설 업계에서의 입지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건물 자체는 57층짜리 세 개의 타워가 상단에서 하나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그 꼭대기에 배 모양으로 얹혀 있는 것이 스카이 파크(Sky Park)입니다. 스카이 파크란 세 타워의 옥상을 연결하는 공중 플랫폼으로,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이 이곳에 있습니다. 인피니티 풀은 가장자리와 수평선이 맞닿아 물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수영장을 말합니다. 숙박객이 아니면 풀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전망대 티켓을 끊으면 57층에서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을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호텔 숙박보다는 쇼핑몰 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쇼핑몰 내부 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자연광이 물 위에서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는 게 이해가 됐습니다. 삼판 라이드(Sampan Ride)도 인상적이었는데, 삼판 라이드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소형 목선 '삼판'을 타고 쇼핑몰 내부 운하를 유람하는 체험입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쇼핑몰 안에서 배를 탄다는 게 꽤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밤에는 야외 광장에서 스펙트라(Spectra) 라이트 앤 워터 쇼가 열립니다. 스펙트라 쇼란 레이저 조명, 영상 투사, 분수를 조합해 약 15분간 진행되는 무료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공연입니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벽이나 수면 위에 영상과 빛을 투영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멀라이언 공원 쪽에서도 쇼를 볼 수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거리가 워낙 멀어서 현장감이 확 줄어드는 느낌이었고, 마리나 베이 샌즈 바로 앞 광장에서 봤을 때가 훨씬 압도적이었습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처음엔 실망했다가 두 번째에 제대로 봤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첫 싱가포르 여행 때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엄청 기대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넓은 야외 공원을 걷다 보니 체력이 먼저 바닥났고, 레이저 쇼도 어디서 봐야 잘 보이는지 몰라서 어정쩡한 자리에 서 있다가 끝나버렸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방문에서 제대로 알고 명당 자리를 잡아 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는 2005년 리셴룽 총리가 직접 조성을 선언한 국가 프로젝트로, 2012년 6월 완공됐습니다. 부지가 무려 101헥타르에 달하는데, 101헥타르란 여의도 면적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2018년 한 해에만 방문객이 5천만 명을 넘었다는 수치(출처: Gardens by the Bay 공식 홈페이지)는 단순한 공원 이상의 위상을 보여줍니다.

이 넓은 공원의 상징은 슈퍼트리 그로브(Supertree Grove)입니다. 슈퍼트리 그로브란 16층 높이에 달하는 인공 수직 정원 12그루가 군집해 있는 야외 구역을 말합니다. 겉에는 실제 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내부에는 빗물 집수와 태양광 발전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친환경 랜드마크로도 평가받습니다. 매일 저녁 7시 45분과 8시 45분, 이 슈퍼트리들에 레이저와 조명이 쏟아지는 '가든 랩소디(Garden Rhapsody)' 쇼가 시작됩니다. 음악은 매달 바뀌는데,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쥐라기 공원 같은 영화 음악이 자주 쓰입니다. 바닥에 누워서 올려다보는 게 이 쇼의 정석이라는 말이 있는데, 제가 두 번째 방문 때 실제로 해봤더니 정말로 그게 최고의 감상 방법이었습니다.

쇼를 잘 보고 싶다면 아래 순서를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1. 쇼 시작 30분 전에 슈퍼트리 그로브 중앙 광장에 도착해 자리를 잡습니다.
  2. 슈퍼트리들이 둘러싸는 원형 잔디 구역 중심부에 누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합니다.
  3. 쇼 시작 전 스카이웨이(OCBC Skyway) 위에서 전체 전경을 미리 확인해 두면 더 좋습니다.
  4. 쇼가 끝난 후 인파가 몰리기 전에 실내 돔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공원이 워낙 넓어서 더운 날씨에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현장에서 셔틀버스 티켓을 구매하면 당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체력을 아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클라우드 포레스트와 플라워 돔, 유료지만 아깝지 않습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내부에는 두 개의 유료 실내 온실이 있습니다. 플라워 돔(Flower Dome)과 클라우드 포레스트(Cloud Forest)인데, 시간과 비용이 제한적이라면 저는 클라우드 포레스트를 먼저 추천합니다.

클라우드 포레스트는 열대 고산지대(Cloud Forest) 기후를 재현한 온실로, 쉽게 말해 안개 낀 열대 산지의 환경을 유리돔 안에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간입니다. 이 온실의 핵심은 클라우드 파운틴(Cloud Fountain)인데, 클라우드 파운틴이란 높이 35m에 달하는 실내 인공 폭포를 말합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실내 폭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그 앞에 섰을 때 물안개가 얼굴에 닿는 순간,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국적인 식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정말로 열대우림 속을 걷는 느낌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찌는 더위를 생각하면 이 안에 오래 있고 싶어집니다.

플라워 돔은 2015년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규모의 온실로 등재됐습니다(출처: Guinness World Records). 1.2헥타르 부지에 지중해성 기후를 유지하며 32,000종 이상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중해성 기후란 여름에는 건조하고 겨울에는 온화한 강수를 보이는 기후대를 말하는데, 덕분에 내부가 싱가포르 외부보다 훨씬 쾌적하게 느껴집니다. 바오밥나무 군락, 남아프리카 정원, 남미 정원, 올리브 그로브 등 구획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서 걷다 보면 나라와 나라 사이를 건너뛰는 느낌이 듭니다. 포토존이 많아서 사진 찍기에도 좋았고, 구획마다 계절 특화 전시가 열릴 때는 꽃과 조형물이 더해져 볼거리가 배가 됩니다.

두 번의 싱가포르 여행을 돌아보면, 결국 이 두 곳은 아는 만큼 보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낮에 쇼핑몰에서 시작해 밤에 스펙트라 쇼로 마무리하는 동선이 가장 효율적이었고,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실내 온실과 야간 가든 랩소디 쇼를 묶어서 하루를 통째로 써야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처음 방문을 앞두고 계신다면,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반드시 야간 쇼 시간에 맞춰 방문 계획을 잡으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어정쩡하게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eBbQQ_Xh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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